ISFP 남자의 사랑

1장: 피아노 레슨

 

석양이 서울에 내려앉을 무렵, 피아노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작은 원룸에서 민재라는 이름의 젊은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만의 음악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몇 주 동안 작업해 온 곡을 완성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움과 후회로 가득 찬 우울한 선율의 곡이었다.

 

민재는 항상 음악에 끌렸다. 그의 어머니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였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그는 음악에 관심이 없던 엄한 사업가인 아버지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민재는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금융계로 진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를 떠나지 않았고, 남몰래 연주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레슨을 해주기로 한 연로하신 할머니 김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그는 매주 그녀의 작은 원룸에 가서 음악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김 부인은 그곳에 없었다. 대신 지연이라는 젊은 여자가 문 앞에서 그를 맞이했다. 김 여사의 손녀로 최근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지연 씨였다. 김 여사가 딸을 보러 간 사이 지연 씨가 김 여사의 레슨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처음에 민재는 다른 선생님을 모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김 여사의 부드러운 지도와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이해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연이가 연주를 시작하자 그는 그녀의 재능에 감탄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연주는 성숙하고 자신감 넘쳤다.

 

레슨이 시작되고 지연은 그에게 새로운 곡을 주었다. 활기차고 경쾌한 멜로디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곡이었다. 민재는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지연의 격려에 힘입어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함께 연주하면서 민재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느꼈다. 마치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두 개의 반쪽이 함께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레슨이 끝나자 민재는 자신이 지연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선생님이고 자신은 이미 연인이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어쩔 수 없었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그는 자신의 삶이 예전 같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2장: 미술 전시회

 

다음 날, 민재는 지역 박물관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유진이라는 젊은 한국 작가의 새 전시회를 보러 온 것이었다. 그림은 인상적이고 생동감이 넘쳤으며 색채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던 그는 한 그림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지연이었다. 그녀는 이마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집중해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민재는 지연의 통찰력과 지성에 감탄했다. 그는 그녀에게 깊은 끌림을 느꼈고,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변명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민재는 미술관에 홀로 남겨져 예술품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길을 잃고 혼란스러웠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연에 대한 마음을 더 이상 비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랑을 고백하면 자신의 일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생각에 잠겨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또 다른 그림을 발견했다. 고통으로 얼굴이 뒤틀린 여인의 초상화였다. 색은 어둡고 침울했으며 붓질은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그림은 마치 자신의 내면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는 지연에 대한 사랑과 여자 친구와의 약속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3장: 선택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민재는 지연씨를 마음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틈만 나면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느 날 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작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음악과 예술, 인생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지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인내심을 갖고 그의 말을 들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 민재씨. 하지만 난 민재씨랑 함께할 수 없어." 민재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지연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카페를 나오면서 그는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공허함을 느꼈다. 그는 계속 일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점점 빠져들고 질식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사귀고 있던 연인과도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이전에 연습했던 우울한 멜로디를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마치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같았다. 연주를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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