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보통 사람들이 잔학한 행위를 저지르는 방법

'악의 평범성'이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정상적이고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 책은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조직을 담당했던 나치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계기로 쓰였습니다.

 

아렌트, 괴물이 아닌 관료로서의 아이히만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괴물이나 가학적인 살인자가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쌓고 상사의 명령을 따르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은 전형적인 관료였다는 논지를 펼쳤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자신의 행동을 일상적이고 예외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잔학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은 이후 르완다 대학살, 베트남 미라이 학살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물론 우리나라의 제주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 운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 기업의 권력 남용과 같은 현대적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문구는 트위터 어휘의 일부가 되었으며, 일반인이 비윤리적이거나 부도덕한 행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됩니다. 이 문구는 악이 소수의 정신 나간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단순히 명령을 따르거나 군중을 따라가는 겉으로 보기에 '정상'인 많은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돌프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의 현대적 예: 캔슬 문화와 소셜 미디어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흐르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에 영향을 받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는 "악의 평범성"의 발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단사고에 빠지거나 인플루언서나 대중의 의견에 휘둘려 해로운 활동에 참여하거나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취소 문화"라는 문구는 현재의 사회 규범에 위배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개인이나 집단을 배척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악의 평범성의 역사적 사례: 나치, 크메르루주, 후투족 극단주의자

 

하지만 '악의 평범성'은 비단 현대의 현상만은 아닙니다. 역사에는 자신의 행동이 정상적이거나 용인될 수 있다고 믿어 잔학 행위를 저지르거나 억압적인 정권을 지지한 개인과 집단의 사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독일의 나치,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르완다의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은 '악의 평범성'이 어떻게 광범위한 고통과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크메르 루주 정권에 의해 170만명의 캄보디아인들이 학살당했다

 

인식과 신념을 형성하는 언어와 미디어의 힘

 

'악의 평범성'을 인식하고 그것이 언제, 어느 사회에서나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신념과 편견을 검토하고,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고려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형성하는 언어와 미디어의 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악이 소수의 개인뿐만 아니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상기시켜 줍니다. 이 개념은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신념과 편견을 검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형성하는 언어와 미디어의 힘을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악의 평범성'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의 잔혹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보다 정의롭고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루시퍼 효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